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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직도 변화를 희망한다

by Mr. 6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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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워진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정부는 속절없이 침몰해가는 과정에서, 새내기 시절의 나는 이런 글을 썼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는 그 기나긴 정치여정동안 단 한 순간도 나를 감동시켜본 적이 없다. 독재자의 여식이라는 점부터 시작해서 정치적 견해도 물론이거니와, 선거 당일에 군복무기간 18개월로 공약을 바꾸는 등(J모 신문에서는 이를 '파격'이라고 칭했지만 안보정당이라는 뱃지를 달고 있는 자들이 선거 당일에 안보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심사숙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명백한 포퓰리즘이 아닌가?) 한 번도 그녀에게 만족해본 적이 없다.

개표를 시작할 때 잠깐 보다가 꾸벅 졸고 일어나니 박근혜 당선 확실시라는 말을 듣고 가슴 한 켠이 싸했지만 그러나 민의가 정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 만큼이나 누군가는 1번을 지지하고 있기에 나오게 된 결과물이 아닌가? 그녀는 대중들 앞에서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고, 토론에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벌써 이루어졌을 것들에 대해 눈을 반짝였고 그것은 꽤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어떤 면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딸이고, 역사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비켜가지 않았다. 그녀가 거기서 많은 것들을 배웠기를.

새정치의 높은 이상이 적대감과 혐오, 불신에서 출발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는 평등'했고, 선거 집행 '과정은 공정'했다. 그렇다면 '결과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녀의 몫이 아닌가? 그녀의 집권을 수치로 여기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내일을 잘 꾸려나가길! 그녀가 말하는 100% 대한민국이 현실이 되길!


2012. 12. 19


결과가 어찌되든 역사는 이번에도 그녀를 비켜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사진 출처 : 월스트리트 저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에서 기회가 그렇게 평등하지만은 않았고, 과정도 그다지 공정하지 않았으며, 그렇기에 결과가 정의로울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저번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다가올 대선에서도 “우리 불쌍한 영애”께서는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며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혹은 킹 메이커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불통과 무능의 레임덕 속으로 빠져들 때, 도탄에 빠진 나라와는 별개로 나는 미묘한 희열을 느꼈다. 임기가 끝나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주 미미해질 것이라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다. 여권에 박 대통령을 제하면, 아니 독재의 그림자를 제하면 대권 주자가 누가 있던가.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콘크리트 지지율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무너지기는커녕 반석이 되고 신화가 되어 야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새누리당에 누가 있어 정권을 얻을 것인지.


정권이 출범할 당시에는 나름 기대도 있었다. 오랜 세월 정치권에 머무른 박 대통령 주위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그들이 국정이 올바로 이끌기를 바랬다. 대통령직을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준비한 만큼 이뤄내길 바랬다. 그러나 그 측근들은 무능하거나 간사하거나 탐욕스러웠고, 설령 유능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준비해둔 카드가 빛 바랜 색깔론과 종북몰이 뿐이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가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는, 문화융성은, 측근비리 근절은, 비정상의 정상화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증세 없는 복지는, 언론 자유는, 국민통합은, 국민행복은, 남녀평등은, 노사 상생은, 지속 가능한 개발은, 부동산 대책은, 대북 억제는, 누진제 개선은, 누리과정은,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반값 등록금은, 일자리 창출은, 노인 복지는, 바른 역사는, 국정철학은, 변화와 혁신은, 농민 생활 안정은, 그리고 국민 안전은, 없었다. 대선 토론에서 얘기했던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벌써 이루어졌을 것들”은 사라지고 4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핑계만 남았다.


이제 사람들은 탄핵과 하야를 이야기한다. 사실 그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희망을 본다. 우리는 4 · 19 혁명을 통해 걸음마를 배웠고, 6월 항쟁을 통해 뛰는 법을 터득했고,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떼었을 뿐이라고. 원래 민주주의는 이렇게 배워가는 것이라고. 멈추지 않으면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정의로운 언론과 깨어있는 시민이 있는 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쉽게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치가 사람들의 나쁜 면을 이끌어낸다면 사람들이 정치의 좋은 면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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