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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중유럽 한바퀴 / 04: 마천루의 도시, 프랑크푸르트(Frankfurt) / 11.05~11.08

by Mr. 6 201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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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뒤셀도르프 보러가기

☞ 2편 : 스트라스부르 첫인상 보러가기

☞3편 : 살고 싶은 도시, 스트라스부르 보러가기



스트라스부르에서 플릭스버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역 앞에 내렸다. 호텔을 가려면 역을 가로질러 나가야 해서 역으로 들어가서 만난 첫인상. 독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교통의 요지답게 크고 아름다운 역이고, 사람도 많았다. 특히나 나름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비둘기가 많았다. 사실 네덜란드나 독일 어딜 가든 역에서 비둘기 찾기는 쉽다.



어제 실수로(...) 크레페를 먹어버렸으므로, 그리고 도착 시간이 거의 9시쯤 된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돈도 시간도 아낄 겸 빵을 사려고 저 집 앞에 기웃거리고 있었다. 피자빵이 맛있어 보여서 저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독일어로 말을 걸었다. 눈이 아주 부리부리한,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였다. 워낙에 이런 기차역 같은 곳은 노숙자나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 대충 "저 독일어 못하는데요." 대꾸하고 주문을 하려는데, "오, 너 영어 하는구나. 돼지고기는 먹니?"라고 자꾸 내가 돼지고기를 먹는지 안 먹는지 캐묻는 것이었다. "네, 먹죠." 했더니 할아버지는 "그럼 저걸 먹어봐. 맛있어."라면서 소세지빵을 추천해주셨다.


불현듯 '여긴 독일이니까 소세지를 먹어야지!'라는 알고리즘이 작동해서 할아버지가 뭘 요구하지 않을까 의심하면서도 그걸 주문했다. 그러나 빵이 나오자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맛있게 먹어!"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순수한 의도였던 것이다. 감사 인사를 하고 그냥 가려다가, 기억은 사진에 남는 법이니 한 20미터 가서 먼발치서나마 사진을 찍었다. 아무리 이역만리에 혼자 떨어져 있어도 세상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살만한 것이다.



호텔에 도착했다. 3성급 호텔을, 그것도 도미토리도 아닌 싱글룸을 19유로에 잡았는데, 아무래도 사이트에 나온 설명과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사진에는 퀸사이즈 침대에 넓은 창, 고급스러운 방이었는데, 정작 와보니 이러하다. 위치도 다른 객실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비상구 문을 열고 반 층을 내려가면 계단 옆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심지어 화장실은 다시 객실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나 혼자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따로 있다. 원래 탕비실이나 다른 용도였는데 살뜰히도 개조를 한 듯 하다.



독방 같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명색이 3성급 호텔이니까. 잠깐 쉬었다가 프랑크푸르트의 전망대인 '마인 타워'가 있다길래 거길 가려고 했는데, 구글맵을 확인해봤더니 22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요일마다 다른 것 같긴 하다.) 무슨 놈의 전망대가 한창 야경 볼 때 닫는지! 그냥 빵이나 먹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추천해준 소세지빵. 겉은 바삭바삭하고 소시지는 부드러웠다. 먹고 나서 살짝 체했는지 머리가 아팠다. 여행 다닐 때는 뭐든 꼭꼭 씹어 먹읍시다.



다음날 아침, 호텔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 조식 제공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9유로였나 내라고 해서 그냥 나왔다. 그래도 빨래 담을 봉지가 없었는데 그것도 구비되어 있었고, 딱히 필요는 없지만 임시 1회용 구두약 스펀지도 있었다. 해리 포터가 자는 층계참 같은 곳에서 잤어도 역시 여관 수준은 아니구나. 기본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프랑크푸르트라고 편하게 부르지만 독일에 프랑크푸르트란 도시가 두개 있기 때문에 이 도시의 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 즉 '마인강(江)의 프랑크푸르트'라고 한다. 다른 프랑크푸르트, 즉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는 브란덴부르크 주에 포함되어 있으며 폴란드 국경 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여튼 호텔에서 나와서 마인강을 따라 쭉 걷다가 만난 다리. 비둘기들이 따개비처럼 교각에 모여 있다.



왼쪽으로는 빌딩숲이, 오른쪽으로는 주거지역과 큰 성당이 보인다. 헤센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면서 독일 내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의 역사는 1세기 무렵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꽤 역사가 깊다. 그러면서도 유럽 중앙은행, 독일 연방은행, 유명한 도이체방크 본사와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가 위치해 있는 등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경제 수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심시티로 따지자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땅값에 지어지는 초고급 상업지구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제국과 나치 독일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통일 독일의 수도로 쓸 수 없다!"는 기치 아래 통일 이후 독일의 수도로 유력하게 검토된 적도 있었다. 물론 무산이 되긴 했지만.



다리를 건너가다가 만난 재미있는 캘리그라피. "여기는 다이어트에는 안 좋은 공간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이다. 주거지역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이곳은 뢰머 광장.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동상이 있다. 멀지 않은 곳의 "정의의 분수"도 있는데, 사진을 못 남겼다.



어쨌거나 아침은 핫도그로 해결한다. 독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빵에 소시지를 끼워주는 모양새. 좋았던 것은 케찹, 머스터드부터 할라피뇨 소스, 바베큐 소스 등 5~6가지의 소스를 뿌려 먹을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사실 중간 기착지 역할이었다. 여행 계획상 이곳에는 짧게만 머물고 바로 옆동네인 마인츠로 갈 것이었기 때문에 버스 투어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여유있는 여행자라면 운하의 도시에서는 보트 투어를 하듯이, 대도시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버스 투어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곳은 로스마르크트 광장. 뒤를 보면 알겠지만 도이체방크 은행이 보인다. 여기가 빌딩 던전의 입구 같은 느낌.



그리고 이렇게 생긴 건물이 마인 타워다. 사실 이름만 듣고 남산의 서울타워나 도쿄 스카이트리, 혹은 며칠 전 보고 온 뒤셀도르프의 라인 타워 쯤을 생각했는데 일반 사무용 빌딩인 것 같다. 입장료는 10유로였던 것 같고, 표를 사고 입장할 때 공항에서 쓰이는 문처럼 생긴 금속탐지기(!)로 위험물 소지 여부를 체크한다. 철저한 독일의 단면을 본 모습. 우리나라도 고층 빌딩의 전망대 올라갈 때 테러 방지 수색 하나...?



올라가면 이런 전망대가 펼쳐진다. 빌딩에 있는 전망대라길래 63빌딩처럼 유리창을 통해서 보는 전망대를 상상했는데 옥상을 전망대로 꾸며 놓았다. 그래서 초고층의 바람을 생생하게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이래서 밤에는 일찍 닫는구나를 깨달음) 날씨가 춥다면 방한대책을 잘 강구하자. 내가 올라갔을 때는 안개 낀 날씨였는데 옅은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미세한 물방울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전망은 좋은 편이다! 교환학생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환승을 했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본 지상 풍경 중에 프랑크푸르트가 가장 예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빌딩숲이 아니라 주변의 숲, 농경지 등까지 포함한 뷰였지만...) 야경을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프랑크푸르트는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에 위치해 있어서 해가 꽤 빨리 진다고 하니 사실 오후 5~6시 쯤에만 도착했어도 야경 보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야경 못본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난간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꽤 무섭지만 사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난간을 잡아야겠지... (전망대가 凸 모양으로 생긴 구조라서 만약에 유리가 깨지면 땅바닥이 아니라 아래층으로 떨어지니 안심) 훈훈하게도 관광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중국에서 오신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터키에서 여행차 오신 여자분 두 분과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그 분들이 "혹시 같이 여행하실...?"이라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한두 시간 뒤에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하는 걸... 좋은 추억이 되었겠지만 헤어지기로 한다. 재밌는 것은 헤어질 때 서로 "See you!"라고 인사했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그렇게 다시 프랑크푸르트 기차역으로 갔다. 비록 여행을 위해 왔다기보다는 경유를 위해 잠깐 들린 느낌이었지만, 소세지빵을 추천해준 할아버지, 서로 사진을 찍어준 터키 여행객 등 묘하게 기억이 남는 도시다. 시간이 많으신 분은 "슈테델 미술관"이 제법 유명하다고 하니 방문해보시길.


프랑크푸르트는 가까운 곳에 마인츠, 비스바덴, 뤼터스하임, 하이델베르크 등 아름다운 마을들이 많고 교통 또한 편리하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의 허브가 되기 매우 적합하다. 그 중 하나인 마인츠를 가려고 했는데, 더 싸고 좋은 에어비앤비가 강 건너편 도시인 비스바덴에 있길래 숙소는 일단 거기로 잡는다. 두 도시는 뻥 좀 보태면 강을 사이에 두고 종로과 강남 정도의 거리니까 거의 같은 생활권 안에 있다고 할 만 하다. 그래서 일단 일단 비스바덴으로 간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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