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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중유럽 한바퀴 / 02: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첫인상 / 11.05~11.08

by Mr. 6 2016.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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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뒤셀도르프 보러가기



뒤셀도르프의 따듯한 기억을 안고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예쁜 마을이 많아서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트리어 쯤이다. 사진보다 20배는 예쁜데 어떻게 찍어도 잘 안 나온다. 창밖으로 군데군데 간헐천이 있는지 산자락에서 연기를 뿜는게 보인다. 버스를 타면 진행 방향의 오른쪽 좌석에 앉자. 왼쪽에 앉으면 반대편 차선 때문에 사진 예쁘게 찍기 힘든 감이 있다.


여하튼 버스로 거의 7시간을 달려서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다 좋았는데 거의 다 와서 앞자리에 앉은 저스틴 비버 닮은 새끼가 곤니찌와 이래서 짜증이 솟구쳤다. 가는 내내 시끄럽게 떠들던 놈이다. 어딜 가나 미친놈은 있는 법이다. 어쨌거나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하니 18시 50분.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숙소로 이동한다.



에어비앤비가 있는 주택가. 약간 외곽지역이라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여길 예약한 것은 호스트 분이 한국인이셨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서 숙박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겠다 싶어서 예약했다.



메시지를 나누다가 숙소에 도착하니 내가 자게 될 소파베드가 나를 반겨준다. 널찍하니 좋다.



약간 거실 비슷한 공간인데 에어비앤비를 위해 깔끔하게 정리해놓으셨다. 한국에서 사시다가 프랑스인 남편분과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사시게 된 분이었다. 남편 분은 나가계셔서 만나뵙진 못했지만 친절하게 숙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내해주셨다.



테이블 위에는 이렇게 섬세하고 꼼꼼하게 지도, 여행 책자, 심지어 한시 책까지 각맞춰 놓으셨다. 마침 호스트 분이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신대서 야경 보러 나가는 김에 같이 나간다.



호스트님이 친절하게도 트램 타는 법도 알려주셨다. 밤에 정신없이 찍어서 사진의 품질은 별로 좋지 못한데 어쨌든 트램 표는 여기서 산다. 어차피 내일까지 있을 거니까 24시간 티켓을 샀다. 가격은 4.3유로. 그렇게 나온 표를...



이렇게 생긴 기계 하단에 넣으면...



이렇게 시간이 찍혀져서 나온다. 여기 찍힌 시간부터 24시간동안 티켓을 사용할 수 있고 그냥 소지하고 트램을 타면 된다. 그렇게 탄 트램을 타고 Broglie 정류장으로 간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보기 위함이다.



사진보다 10배는 예쁘다. 성당 앞에 있는 까떼드할르 광장(Place de la Cathédrale)이 크지 않기 때문에 화각 잡기가 몹시 애매하다. 폰카의 화각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성당 바로 앞에는 이교도(...)의 종교용품 가게? 가 있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나 저 불상 등을 파는 상점을 만날 수 있는데 불교 신자가 그렇게 많은지 의문.



성당 주변의 박물관 등 아름다운 건물들에도 조명 처리가 되어있다.



스트라스부르 성당의 정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정면의 왼쪽 문이었던 것 같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지라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인이나 시복의 석상이 아닐까.



세로 파노라마로 최대한 잡아본 성당. 실제로 보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감이 환상적이다.



좁은 광장 바로 앞에 상점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화각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경우 사진으로 볼 때보다 직접 가서 볼 때 감동이 배가 된다.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저녁을 안 먹었는지라 배가 고팠다. 시간도 늦고 했으니 한 5유로 정도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걸 먹기로 했다. 조금 프랑스스러우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크레페 가게를 발견했다. 어차피 밤도 늦었고 하니 거하게 먹을 생각은 없고 우리나라의 크레페처럼 살짝 간식이나 디저트 같은 것을 예상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격조있게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고 열심히 크레페를 썰고 있었다. 아시안 여행객이 혼자 들어가니 약간 시선이 느껴지긴 했는데 여행을 하며 혼밥은 익숙하다 못해 생활이 된 것. 중년의 웨이터 분에게 "한 사람인데 어디 앉으면 될까요?"를 외쳤다. 그런데 웨이터 분이 영어를 전혀 못하신다. 손짓발짓으로 테이블 하나를 얻었다.


그런데 그분은 영어를 못하고 나는 프랑스어를 못하니 메뉴 주문에서부터 막혔다. 프랑스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 못한다 얘기만 들었는데 이 정도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결국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가 중간에서 더듬더듬하는 영어로 통역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킨 버섯 크레페. 초라해보이지만 안에는 버섯과 치즈가 가득 차있다. 뭔가 달콤하고 상큼한 것을 원했는데 빈대떡 같이 생긴 것을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으라니 당황... 어쨌거나 맛은 있었다. 음료는 살짝 알콜이 들어간 사이다.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그 부부가 먹은 것과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부부 중에서 통역은 주로 아내분이 하셨는데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독일의 옆동네에서(!) 프랑스어 교사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오, 나 역시 프랑스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껴."라고 말했더니 아주머니가 매우 궁금한 눈빛으로 "왜?" 물으시길래, "그것은 아름다운 언어이기도 하고 또 취업에도 도움이 되겠지."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한국에서는 프랑스어를 하면 취업에 도움이 돼?"라고 물어보시길래 그렇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몹시 기뻐하며 독일 학생들은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이 쓸 데 없다고 느낀다며 이 얘기를 꼭 해줘야겠다고 하셨다.


식사로 먹는 크레페는 든든한 식사용과 입가심할 디저트용 두개를 먹는 모양이다. 하나를 비우고 눈치를 보고 있자니 아주머니가 "하나 더 먹을래?"라고 하시길래 "응. 뭐뭐 있어?"라고 했더니 또 메뉴판을 친절하게 소개해주신다. 솔티드 캬라멜 맛을 먹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솔티드 캬라멜이 브르타뉴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레시피라고 설명해주셨다. 사진은 못 찍었는데 역시 위 사진과 비슷하게 생겼다. 크레페는 약간 얇았는데 엄청 달면서 짭짤한 맛이 있었다.


웨이터 분도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바디 랭귀지로 맛있어? 등등을 물어보시고, 나는 엄지척으로 답변했다. 부부가 먼저 자리를 떠날 때 네이버 글로벌회화에서 "여러모로 신세를 졌습니다."를 찾아서 (발음은 못하니까) 보여드리면서 훈훈하게 작별했다. 분위기에 취해 예산의 세 배였던 15유로를 지출해버렸지만, 멋진 추억이 하나 생겼으므로 매우 만족한다.



밥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기차를 탈 건 아니지만 기차역도 아름답다고 하길래 한번 가봤다. 실제로 보면 시가지를 떼어다가 유리 튜브에 넣은 것처럼 생겼다. 신기한 디자인. 어쨌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느지막이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슬슬 나갈 준비를 한다. 호스트 분은 일요일 아침마다 인터넷으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신다며 인사를 제대로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하신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살짝 봤는데 좋은 선생님이신 것 같다. 서로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나온다.



집을 나서자마자 아침 산책을 하던 강아지가 자꾸 쫓아왔다. 아침부터 뭔가 기분 좋은 것... 트램은 무제한이니 트램을 타고 그 유명한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로 향한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건물같이 보이는 다리가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Barrage Bauban이었다. 약간 댐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한다. 신기하게 생겨서 안을 들어가보니...



이렇게 창살이 늘어선 감옥같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여길 지나면 강을 건널 수 있다. 건너지는 않고 '오... 비 오는날 개꿀인데...'라고 생각하고 돌아나온다.



시가지가 운하를 따라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가을의 막바지에 가서 다행이었다. 딱 요 부분을 떼어서 집에 갖다놓고 싶을 만큼 단풍이 아름답다.



아름드리 나무 밑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다리를 건너면 구시가지도 아니고 신시가지도 아닌 약간 중간지대 같은 곳이 나온다. 실제로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이 사는 풍경이 느껴지는 공간.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이 "프랑스 사람들은 좀처럼 일요일에는 일을 안 한다... 연 가게가 없을텐데 어쩌나..."라고 하셨지만 (그리고 네덜란드에 살면서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래도 슈퍼마켓이나 빵집 등은 부지런하게도 아침 일찍부터 열었다.


이쯤에 파라부트도 있었다. 스트라스부르에 파라부트가 있는 줄은 몰랐는지라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요일이라서 가게는 열지 않아서 쇼윈도 밖에서 그저 지켜볼뿐. 교환학생 온 목적 중에 하나가 파라부트 하나 장만해가는 것이었으므로 열었으면 그 자리에서 하나 지를 뻔 했다. (그리고 파리 가서 하나 더 사고) 어쨌든 일요일은 쇼핑하기 적절하지 않으니 쇼핑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사진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골목골목이 다 아름답다. 왜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



그렇게 다시 도착한 광장. 이슬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다.



성당은 여전히 웅장하고 아름답다.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 성당에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그건 미사에 참가하는 현지인들이었고 관광객들에게는 오후 1시부터 5시 45분까지 개방한다고 한다. 너무 이른 시각이었으므로 성당 주변을 대충 한바퀴 도는데...



군인들이 돌아다닌다. 요즘 테러가 뜸해서 그런가 딱히 군인들에게도 긴장감은 없고 성당 정문에서 보초 섰다가, 순찰 돌다가 한다.


군인들 뒤로 보이는 줄은 성당 종루로 올라가는 대기열. 저 뒤에 가서 슬쩍 서본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지 상상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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