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

중유럽 한바퀴 / 03: 살고 싶은 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 11.05~11.08

by Mr. 6 2016. 11. 20.
반응형

☞ 1편 : 뒤셀도르프 보러가기

☞ 2편 : 스트라스부르의 첫인상 보러가기



스트라스부르 성당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선다. 위쪽은 좁아서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브뤼허의 종루처럼 한 번에 50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앞에서도 일행 중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 생겼으니 일행이 많은 경우라면 줄을 잘 서거나 인원수를 잘 조정하시길. 가방을 메고 있는 경우 간단한 가방 검사를 한다. 그리고 캐리어는 반입 금지고 성당 측에서 보관도 못해준다고 해서 앞줄에서 가벼운 실랑이도 일었다. 테러 방지 등을 위한 일이니 협조할 수밖에. 추적추적 비가 오던 날씨는 갑자기 맑아져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



들어가면 분명 매표소는 있는데 티켓은 공짜였다. 검색해보니 일요일에는 공짜라고 한다. 기분이 좋다. 종루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창이 대차게 뻥뻥 뚫려있고 바람은 숭숭 들어오며 철창도 굉장히 엉성해보여서 난간을 꼭 부여잡고 올라간다.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은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가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어쨌거나 좁은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스트라스부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파노라마를 찍는 도중 비둘기 한마리가 들어와 찍혔다. 형체를 잘 알아볼 수는 없으나 약간 인생샷. 바람도 시원하고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풍경을 보고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가 한 눈에 보이니 살아있는 지도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는지라 더욱 소중한 기억과 사진들이다. 성당에서 가장 높은 첨탑. 사실 이 성당의 풀네임은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Cathédrale Notre Dame de Strasbourg)'인데, 파리에도 노트르담 성당이 있잖아? 해서 찾아보니,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성모'를 의미한다고 한다. 지역명이 아니었던 것.



전망대 중앙에는 방위에 따라서 어디를 볼 수 있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전망대에서 기분 좋은 기운을 한가득 마시고 내려오는 길. 각국의 여행객들이 낙서를 해 두었는데 한글 낙서도 빠지지 않는다. 김치볶음밥 외에도 "여행에 미치다"를 적어놓은 사람(페북 페이지 아닌가?)도 있고, "방탄소년단"을 적어놓은 사람도 있고(...), 자기 카톡 ID를 적어놓은 사람도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성당 외부가 일부 공사중이라서 공사장에 나무로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어놓았는데, 여기에 성당의 변천사가 그려져 있다. 개축에 개축을 거듭해서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는 것. 특이하게 한 쪽에만 있는 첨탑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낙서로 김치볶음밥을 봐서 그런가 배가 고파졌다. 어제 에어비앤비 호스트님이 손수 메모지에 적어서 알려주신 식당으로 향한다. 가게 이름은 Winstub Meiselocker이고 구글맵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가 속해 있는 알자스 지방의 전통 요리를 파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음식도 맛있어 보인다. 그러나 식당 안이 너무나도 활기차고 흥성스러웠기 때문에 혼밥을 즐겨하는 나라도 약간 문을 열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바로 옆집에서 케밥을 먹는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케밥은 어느 도시를 가나 찾을 수 있고, 패스트푸드 음식점만큼 간편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면서 든든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멋진 음식이다.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고 거리를 걷는다.



나 말고 많은 여행객들도 가을의 스트라스부르를 사진첩에 남기느라 분주하다.



이렇게 배를 타고 운하 투어도 할 수 있다. 투어 시작하는 장소가 어딘지 몰라서 못했지만... 스트라스부르는 어디든 예쁘니까 걸어다니면서 여유를 즐겨도 상관이 없다. 그렇게 걷고 걸으니 오래지 않아...



그렇게 도착한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말이 광장이지 잘 구성된 공원의 느낌이다. 나무도 많고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서 쉴 수 있다. 아까 온 비 때문에 젖어 있지만 않았다면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한참 쉬고 갔을 것이다.



유럽의 '광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어느 광장을 가든 그냥 '도시 한 가운데에 마련된 교통이 좀 편리한 넓은 땅'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곳은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고 스트라스부르 중심가에서 딱히 멀지도 않아서 좋았다. 특히 단풍이 아름답게 든 가을에 여행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또 이 광장 주변으로는...



스트라스부르 대학교가 위치해있고,



라인 궁전(Palais du Rhin)도 있다. 이 궁전은 사실 프랑스가 아닌 독일 제국이 보불전쟁 이후에 세운 궁전이라고 한다. 알자스 지방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랜 시간 독일의 영토였고 지금도 스트라스부르의 많은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독일 혈통이 많다고 한다.


이 곳은 라인강을 끼고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 철광의 약 90%가 매장되어 있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땅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놓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 간에 영토 분쟁이 잦았다. 보불전쟁 이후 독일이 이 땅을 점령하면서 쓰여진 소설이 그 유명한 "마지막 수업"이다. 이 영토 분쟁은 2차대전 이후 주민투표를 끝에 프랑스령이 되기로 결정되면서 비로소 끝이 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도시는 유럽의 화해와 통합을 상징하게 되었으며, 이런 도시에 유럽 의회가 위치해 있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겠다.




돌아가는 길은 트램을 타고 간다.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에서도 손꼽는 친환경 도시라고 한다.



스트라스부르의 신비한 점은 도보로 시가지를 여행하다 보면 어떻게든 구텐베르크 광장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를 몇 번이나 지나쳤고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낮 사진은 이것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어서 당혹스럽다. 가로등에 가린 저 동상이 구텐베르크 동상인데, 구텐베르크는 쾰른 출생이지만 실제로 출판 작업을 했던 것은 이곳 스트라스부르라고 한다. 그리고 저 회전목마는 돈을 내면 실제로 탈 수 있다.


그렇게 자유롭게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보니 다시 스트라스부르 성당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어느새 잊고 있었던 성당 내부를 개방하는 시간이었다!



애기들도 입을 벌리고 여기저기 쳐다보고 있다. 조도가 낮아서 많이 번졌는데, 실제로는 더욱 아름답다.



앞서 벨기에 여행(☞벨기에 여행기 1편 바로가기)에서 등장했던 빅토르 위고는 스트라스부르 성당을 보고 "거대하고 섬세한 경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평을 남기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파워블로거를 노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그의 말이 맞아서, 이 성당은 내부나 외부나 정말로 아름답다.



앞서 봤던, 노트르담 성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그란 꽃 문양의 스테인드 글라스. 다른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원색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은은한 느낌이라 더 좋았다.



한 켠에는 천문시계가 있는데 비좁은 공간에 앞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였다. 키가 18미터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문시계라고 한다. 15분마다 종을 치는데 그러면 저 위에 있는 인형이 돌아가며 새로운 인형이 나온다. 아이, 소년, 어른, 노인 순으로 인생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당만큼이나 유명한 시계라고 하니 종 치는 것 정도는 한 번 보고 나오자.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거금 1유로를 지출해서 촛불도 키고,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성당을 바라보다가 나왔다. 정말로 아름다운 성당에서의 좋은 시간이었다.



성당 밖에는 기념품점이 많은데, 이 알자스 지방의 상징이 이 새인것 같다. 유독 슬픈 눈을 하고 있는 녀석이 있길래 한 컷.



다시 쁘띠 프랑스로 돌아가면서 만난 다리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다. 13년도 것이 걸려있으니 꽤 오래 되었다.



이렇게 운하를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그렇게 또다시 돌아온 아름다운 동네, 쁘띠 프랑스. 아침과는 다르게 관광객들이 북적거려서 더 보기 좋다. 이 지역은 사실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의 전통적인 목조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쁘띠 프랑스(작은 프랑스)"냐고 묻는다면, 사실 이 이름은 여기에 있었던 '매독 병원'에서 왔다. 당시 사람들이 독일어로 매독을 "프랑스병(Franzosenkrankheit)"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동네 이름이 쁘띠 프랑스가 되었다고 한다. 참 알다가도 모를 네이밍 센스다.



어쩌다 보니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Barrage Bauban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지붕에 사람들이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한번 올라가보기로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커플이 영화처럼 걸터앉아 염장을 지르고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쁘띠 프랑스의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적당하게 서늘한 바람과 멀찍이 보이는 대성당. 여기서 족히 30분은 넘게 그저 풍경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여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프랑크푸르트로 갈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역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본 아름다운 그래피티.



쁘띠 프랑스를 벗어났다고 방심하지 말자. 골목골목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예고 없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 프랑크푸르트 행 플릭스버스를 탔다. 여행을 다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와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스트라스부르. 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꼽는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 언젠가 정말로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 다음 편 바로가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