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불과 몇 시간 전, 터키에서는 주터키 러시아 대사가 저격당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 암살범은 "알라는 위대하다. 알레포를 기억하라! 시리아를 기억하라!"라는 말을 외쳤다고 한다. 아직 암살범이 터키 경찰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진과 동영상은 공공연히 인터넷을 떠돈다.
ⓒReuters
그 일이 있고 나서 불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트럭이 돌진하여 5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현지 경찰은 니스에서 일어났던 버스 돌진 테러와 마찬가지 형태일 것에 큰 무게를 두고 수사중이라고 한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살면서 이러한 일들을 겪는 것은, 먼발치 한국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무게감이 더하다. 바로 내가 사는 이 도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밤이면 꼬마전구가 빛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더군다나 바로 저번 주에 스위스 취리히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왔기 때문에 더더욱 가까이서 느껴지는 것이다.
또 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타는 것으로 예매해 두었다. 터키를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 이후로 수시로 들려오는 테러 소식에 가슴 한 켠이 불안하기도 하다.
이처럼 테러에 대한 공포가 일상 깊숙히 침투한 삶을 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북한 정권이 핵실험을 할 때나 "서울 불바다"를 내세우며 자극적인 도발을 할 때 겪게 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당장 내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옷섶을 열고 줄을 잡아당겨 자기 몸에 부착된 폭탄을 터트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이며, 내 앞을 지나던 트럭이 핸들을 틀어 나에게 향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아주 평범한 것들이 별안간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해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불신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그러지 않아도 아시안으로서 유럽에서 살다 보면 마주치는 사소한 시선, 거기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곱해져서 두 배가 되고 세 배가 된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의 비참한 동란, 피로 쓰여진 민주화까지 겪은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며, 나는 테러로 상처 입은 무고한 희생자들, 먼지를 뒤집어 쓴 알레포의 난민들, 분노하는 유럽 시민들 앞에서 무슨 의견을 가지고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성탄을 앞두고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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