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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봉춘 세탁소 단상

by Mr. 6 2017.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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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한 동영상을 공유했다. 마봉춘 세탁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재생해보니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로 유명한 양윤경 기자가 나오는 동영상이었다.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분들이지만 영상은 시종일관 밝고 재밌다. 공유하고 싶은데 아직 유튜브에 안 올라왔다. 아쉬운 대로 파업특집 우리말 나들이라도 공유한다. (☞보러가기)


   MBC "간판" 아나운서에게 양치할 때는 물을 끄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비제작부서로 전보되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게 이 기자분이신 줄은 몰랐다. 평소부터 대쪽같아서 그렇지 설마 한소리 했다고 전보까지 시켰겠어 싶으나, 찾아보니 그 사건에 대해서 경위서도 쓰고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졌다고 한다. 그 정도면 보복으로 전보도 시킬 사람들이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치사하다.


   MBC는 다시 파업의 기치를 들었고, 나도 어떤 나라의 기자 출신 국무총리님과 비슷하게 요즘 MBC를 잘 봐서 제작이 잘 되고 있는지 어쩐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송사였다. 내 고등학교 시절 MBC는 공정한 보도와 수준 높은 드라마, 재밌는 예능으로 미디어 왕국을 구가하고 있었다. "마봉춘"이라는 별명이 KBS의 "고봉순"이라는 별명보다는 훨씬 대중적이다. 그 정도로 당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KBS보다 인기가 높지 않았나 싶다.


   내가 미디어를 공부하는 것은 MBC의 영향이 크다. 나 역시도 전성기 MBC의 뉴스 데스크와 수많은 드라마, 예능, 시트콤, 시사교양을 보면서 자라난 세대이고, 내가 방송국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든 그들의 일원이라면 꽤 재밌고 멋있을 것 같았다. 기자로든, PD로든, MBC는 나에게 꿈의 직장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내내 신문방송학과는 진로로 잡았다.




   새내기 때는 그들의 파업을 응원했다. 당시 "파업 100일 기념 파티"도 갔는데, 당시 돈이 없어서 맥주 한 병 밖에 못 마시고 온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쨌거나 TV로만 보던 아나운서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고, 오상진 아나운서에게는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TV에 나오는 오상진 아나운서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이지만, 당시 웃음은 환하지 않고 조금 씁쓸했다.


   그 파업 이후 많은 사람들이 떠나거나 스러졌다. 고학년이 된 지금은 MBC와 그 대척에 있는 JTBC를 바라보며 미디어에 한층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왜 정권은 미디어를 장악하려고 하는가. 미디어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일부에게 장악된 미디어는 어떠한 해악이 있는가. 노력하는 미디어에게 사회는 무엇으로 답하는가. 미디어를 가지기 위해 인간은 어떤 치졸한 짓까지 할 수 있는가. 미디어 연구의 역사는 짧지만 분명 흥미로운 학문이다.



   다시 세탁소로 돌아가서, 양윤경 기자는 기자직을 빼앗긴 지 4년째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을 15년차 기자라고 소개한다. 그녀는 기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고, MBC를 버린 적도 없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MBC를 아직도 떠올리며 안타까워 하는데, 거기 몸담아 전성기를 함께했던 기자의 눈에 지금의 MBC는 어떨 것인가. 안타깝고 안쓰럽다. 많은 사람이 떠났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얼른 MBC가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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