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여행 끝에 쾰른 역에 도착했다. 쾰른 역시 독일 내에서 비중이 큰 도시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역을 나가면 바로 앞에 그 유명한 쾰른 성당이 있는데, 역사 내에서도 쾰른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성당 측 벽면 전체를 유리로 해 놓았다. 아마도 직원들이 "성당은 어느 쪽으로 가야 돼요?"라는 말을 듣기 짜증났던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성당은 소문대로 웅장하다. (이번 여행의 특징 : 성당은 모두 공사중이다) 특히나 검은 외관이 더욱 성당을 웅장하게 만든다. 이 외관은 때가 타거나 2차 대전 때 당한 폭격 때문이 아니라 원래 검은 돌로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당 건축을 시작한 것이 1248년인데 완공이 된 것이 1880년이라고 하니, 족히 200세대가 넘게 지나서야 완성된 것이다. 종교의 힘이란 무엇일까.
성당 바로 옆에 기념품점이 있는데, 카메라도 판다. 쇼윈도에서 허억허억거리다가 "면세"라고 쓰여있길래 들어가서 물어나 봤다. 저 금액에서 10%정도 면세가 된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2차대전 당시 쾰른이 당했던 참화가 흑백사진으로 남겨져 있다. 라인강변에 있는 대도시이자 요충지이다 보니 역시 폭격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성당도 최소 12개의 폭탄을 맞아서 크게 훼손되었다가 복원되었다고 한다. 신앙이 600년 동안 쌓여도 전쟁 한 번이면 다 무너지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조도가 낮은 것을 스마트폰이 무리해서 밝게 찍으려 하니 사진이 흐리멍텅하게 나온다. 특이하게 사제들이 헌금함을 크로스백처럼 메고 돌아다닌다. 깜빡하고 모자 쓰고 들어갔다가 한 소리 들었다.
아주 온화한 표정을 지은 채 촛불로 불타고 있는 것 같다. (...) 촛불 배치를 왜 저렇게 해 둔 거지...
내부는 각종 성화와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다.
성당 내부 간접체험 해버리기~ 촛불도 하나 켜고 나왔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성당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또는 외관에서 '압도'당하고 들어간 나머지 내부에서는 특별할 것이 없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당시 스테인드 글라스며 수많은 것들이 파괴되어 많은 것들이 '현대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다만 스트라스부르처럼 첨탑을 올라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하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성당 바로 옆에는 라인강이 흐른다.
우리나라 한강 둔치처럼 조성을 잘 해 놓았다. 가을의 쌀쌀한 날씨만 아니면 한참 쉬었다 가도 좋을 정도.
쾰른을 상징하는 다리. 연인들을 위해서 자물쇠 걸어두는 곳도 있다고 하니 커플 여행객은 방문해서 자물쇠 하나 걸어놓고 오자. 물론 나는 가보지는 않았다. (울었다.)
또 하나의 명소인 향수 박물관. 향수 종류 중 하나인 '오 드 콜로뉴'의 발상지가 바로 쾰른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 전까지 몰랐던 사실.
안에 여자 손님들밖에 없어서 쭈뼛쭈뼛 거리면서 들어가니 점원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오 드 콜로뉴' 향수를 처음으로 조향한 곳이 이곳이며, 수백년이 지나도록 그 향기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이 향수를 사용한 역사적 인물들이 저렇게 빼곡히 적혀 있다. 누구나 알 만한 역사적 위인들도 많으니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몰랐는데 1층은 상점이고 2층부터 박물관인데 박물관 관람 시간은 정해져 있다. 오후 4시부터 영어 가이드와 함께 돌 수 있다고 하던데, 가급적 그 시간을 맞춰서 가는 것이 좋겠다.
이번 여행 마지막 목적지, 루드비히 미술관! 오랜만에 가는 미술관이 독일 최고의 현대미술관인데다가 피카소 작품도 있다고 한다. 두근두근.
루드비히 미술관 표를 사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짐도 맡겼다. 매표소에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국제학생증이 있는 경우 할인이 되서 기뻤다. 처음으로 써보는 국제학생증.
로비에서 표를 사고 나면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 표 검사하는 곳이나 미술관 출입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방으로 계단만 있다. 그래서 "미술관 지도 있나요?" 라고 물어봤더니 "응 우리는 이게 지도야. ^^"라고 하면서 저 A4용지를 준다. "그냥 아무데나 가서 보면 돼요?" 했더니 "ㅇㅇ 당연하지"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일단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기로 한다.
지하로 내려와서 3분 정도 보고 있을까, 검은 옷을 입은 경비원처럼 생긴 누나가 와서는 "표 좀 보여줘."하길래 살짝 쫄았는데 검표를 하고 그냥 갔다. 아마 계단에서 검표를 하는 모양인데 잠깐 자리를 비웠던 것 같다.
이건 지하 1층에 전시되어 있던 나름 최신작.
여기는 2층(독일 기준으로는 1층)에 전시되어 있었던 팝아트. 저기 벽에 기댄 아줌마는 사실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다! 실제로 봤을 때 깜놀했다.
조지 시갈의 "The restaurant window"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인가 싶어서 들여다보면,
카페 테이블의 파라솔을 꽃는 구멍에 병사들이 힘겹게 깃발을 걸고 있다.
피카소의 작품이다. 가면 피카소 작품이 한 층을 차지하고 뭐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피카소의 발상이 위대한 것은 알겠지만 딱히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칼 오토 괴츠의 "Blind vom 06.03.1955" 처음 봤을 때는 유모차를 끄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는데 작은 화면으로 보니 또 안 보인다. 실제로 보면 검은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색감도 훨씬 좋고 어지러운 붓놀림 속에도 일정한 규칙이 느껴진다.
이건 집에다 들여다놓고 싶은 작품. 재밌다.
3박 4일의 일정 동안 뒤셀도르프, 스트라스부르,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비스바덴, 쾰른 6개 도시를 빠듯하게 여행하고 간다. 성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미술관, 온천까지 두루 즐기고 돌아다녔다. 이 여행을 마치고 딱 하루를 쉰 뒤, 여독이 가시기도 전에 학교 내 한국 사람들과 2박 3일 동안 베를린 - 드레스덴 - 프라하 여행을 가게 된다. 정말 미친 1주일이다.
어쨌거나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견문을 넓히고,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쌓았다. 교환학생을 온 지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떠나보는 '제대로 된' 배낭여행이었다. 이 여행을 계기로 더 많은 곳을 탐험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된 기분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림일기를 쓴다는 느낌으로 시작한 포스팅을, 게으름 속에 몇 주일 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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