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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스위스 크리스마스 마켓 / 01: 라인 폭포와 루체른 / 12.09~12.11

by Mr. 6 2016.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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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일정이 9일부터 11일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약간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스위스 땅을 밟고 있던 것은 10일이고 9일과 11일은 오로지 버스 안에서만 보낸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좁은 듯 하면서 넓고, 네덜란드에서 스위스 가는 길은 멀었다. 이번 여행은 'pm2am'이라는, 학생여행을 추진하는 조직?에서 시작되었는데, 가격은 대충 60유로였으나 도르트문트까지 가는 기차값까지 포함하면 대략 왕복 100유로 정도 들었다. 그룹 티켓이 있었으면 더 싸게 갔을 테지만 그러면 시간대가 안 맞아 수업을 빠져야 했다. 학교도 수영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돈을 조금만 더 쓰기로 했다.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등 네덜란드 내에서도 정차하는 곳이 많았는데, 내가 사는 엔스헤데는 도르트문트역이 지리적으로도 더 가깝다...


어쨌거나 9일, 학교 수업과 수영 강좌까지 다 마치고 나니 약간 기차 막차를 놓칠 위기였던지라 집에서 거의 뛰쳐나오다시피 엔스헤데 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차를 잡아서 여유가 생겼고, 오히려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하니 1시간 가량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우연히 옆 자리에 앉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뿌뿟" 씨와 동행하게 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외우기 쉬운 이름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첫 경유지 라인 폭포인데... 안개가... 자욱해서...



폭포 물줄기 소리는 들리는데... 폭포는... 보이지 않고...



친구가 찍은 사진을 봤는데 날씨가 좋았으면 좋을 뻔 했다. 어쨌든 이른 아침에 1시간 정도 잠도 깰겸 들리는 일정이었으니 뭐... 강태공 선생님은 이미 월척 한마리를 잡아서 도로에 던져두셨었다.



버스는 다시 황급히 루체른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루체른. 자욱하던 안개는 대부분 거짓말처럼 개고, 딱 필요한 만큼만 산허리에 걸려 있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유럽은 백조가 참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먹을걸 줘서 그런가 오히려 사람에게 다가온다.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간 살고 싶은 도시가 벨기에의 겐트,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독일의 드레스덴 등이었는데, 여기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느낌이다.



도시에 있는 건물들은 그렇게 고풍스럽거나 '전통적'이지는 않은 느낌이지만, 묘하게 그것 역시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살고 싶은 도시라도 시설이 너무 구식이면 안 되니까.



한 폭의 그림같은 루체른... 호수는 바다처럼 넓고 물도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마침 토요일이라 장을 열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 일상을 간접체험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느 도시를 가나 주말에 장이 서고, 마트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사람도 이렇게 북적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다른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길래 그렇게 되는가를 돌아볼만 하다.



루체른의 상징인 카펠교. 나무로 되어 있는데, 흔치 않은 생짜 목조 건축물이라 그런지 다리를 건너면 안에 들어가면 스위스인데도 일본 정도에 와 있는 느낌이 난다. 다른 블로그 사진을 보니 꽃으로 예쁘게 꾸미기도 했던데 이제 겨울이라 그런 건 없는 모양.



어쨌거나 루체른을 상징하는 다리라고 하니 한번은 건너보자. 예쁜 사진도 많이 건질 수 있다.



루체른에 할당된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바보같은 주최측 놈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어쨌거나 한 20분 정도가 남아서, 루체른의 또다른 상징인 사자 조각을 보러가기로 한다. 학교 가서 사자상 보고싶다...



별 기대는 안 하고 갔는데 사자는 꽤 크고 정교하다. 뭐 물론 오래 볼만한 가치는 없지만, 사진 하나 남길 정도는 된다. 바로 옆에 빙하박물관? 이 있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으면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 듯.


루체른의 일정이 1~2시간 정도로 너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 마음을 훅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경탄스러운 호수의 뷰와 알프스의 경치, 그리고 적당히 아름다운 도시. 단순히 아름다운 도시일 뿐만 아니라, '산다'고 한다면 이런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행히 루체른에서 필수적인 것은 다 봐서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버스는 이제 본격적인 목적지인 취리히 크리스마켓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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