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 도착했다. 버스는 약간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우리를 내려줬고 우리는 대략 10시간 정도를 쓸 수 있었다. 루체른에 몇 시간 더 주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보같은 주최측이다. 어쨌거나 취리히는 비슷한 호수를 끼고 있음에도 루체른과 느낌이 많이 다른데, 루체른은 조금 더 고즈넉한 느낌이 드는 소도시였다면 여기는 스위스 제 1의 도시답게 커다랗다. 건물도 빽빽하고 뭔가 도회지스러운 느낌.
따라하려고 했는데 바보같이 팔을 반대로 했다.
백조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특별히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지 않으면 사람에게 매우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때문인듯.
스위스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친구에게 정보를 얻었는데, 이 카페 오데온에서 아인슈타인이 공부하고 무솔리니가 회의하는 등 나름대로 역사가 깊은 명소라고 한다. 그래서 점심을 여기서 먹을 요량이었는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북적했다. 거기다 스위스 물가는 대창렬인지라 우리는 그냥 지나가다가 샌드위치 정도 사 먹었다.
스위스 상점에서도 꽤 많은 경우 유로화를 받는데, 스위스 프랑과 유로화가 대충 환율이 비슷한데 유로로 받는 것이 스위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이득인 모양이었다. 대신 대부분의 상점에서 유로 동전은 안 받고 지폐만 받았고, 또 거스름돈은 스위스 프랑으로 줬다. 뭔 시스템이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쓸지도 모르는데 환전하는 것 보다는 이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그렇게 했다.
그로스뮌스터 성당. 지대가 다른 데보다 높아서 모르고 지나쳤다. 그렇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 번 쯤은 들어가볼만 하다.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였다. 여기도 약간의 돈을 내면 첨탑을 올라갈 수 있는 모양.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겠다.
강가에서 어떤 사람이 먹이를 던지자 갈매기가 저렇게 많이 모였다. 꺢꺢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여든 갈매기들은 시끄럽기도 했지만, 사진은 소리가 나지 않으니 괜찮다.
다음으로 린덴호프(Lindenhof)로 갔다. 지대가 약간 높은 공원 느낌이라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 여기서 뿌뿟 씨와 수많은 사진을 서로 찍어줬다.
pm2am에서 배포한 가이드북? 비슷한 것에 화려한 벽화가 있다고 해서 갔다. 사실 이 곳은 경찰서인데 지아코메티라는 사람이 여기에 꽃문양으로 된 화려한 그림을 그려 놓아서 경찰서에 벽화를 보러 간다. 들어갈 때는 여권을 맡기고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그냥 로비에 화려하지만 심플한 패턴을 가진 벽화가 있을 뿐이다. 3분만에 다시 여권을 찾는데 머쓱했다.
다음으로 가이드북에 중국풍 정원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가기로 했다. 취리히가 중국 내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를 도와주었고 (아마 지진복구였던듯?) 그 도시가 답례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사진상으로는 제법 까리했고 좋은 사진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서, 나와 마찬가지로 외화 절약에 힘쓰는 중인 뿌뿟 씨와 함께 약 30분 가량을 걸어갔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닫혀 있는 차이나 가든... 왜 때문이죠... 그러나 이 앞에 넓고도 아름다운 잔디밭이 있어서 대충 쉬어갈 수 있었다.
취리히에도 석양이... 진다... 스위스 제 1의 도시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꽤나 소도시겠다.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커다랗다. 그런데 루체른에서 들었던 '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루체른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가 지고 나서가 진짜다. 갖가지 꼬마전구 등 조명이 밝게 빛나고 트리에 불이 들어오면 그 때서야 크리스마스 마켓이구나, 하고 실감이 나는 것이다.
트리 밑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자리가 경쟁이 치열해서 독사진이 잘 안나온다. 뿌뿟 씨가 찍어 줬는데 몇 안되는 혼자 찍은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는다. 뿌뿟쨔응...
스위스가 잘 사는 동네인 데다가 관광객도 많으니 백화점이 있는 거리도 흥성스럽다. 여기 푸드코트 비슷한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친구가 쿠폰을 주기도 했고 약간 꼼수가 있어서 뿌뿟 씨와 겨우 3~4유로만 정도 내고 저녁을 먹었다!
다음으로 향한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이 도시의 여기저기 공터마다 있다보니 꽤나 횡단을 해야 한다.
허니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뿌뿟 씨와 뿌뿟 씨의 다른 친구들이 만났다. 그 사람들이 "너희 취리히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마켓 가봤어?" 라고 하길래, "응 여기저기 많이 다녀오긴 했는데...?" 라고 했더니, 제일 큰 크리스마스 마켓은 취리히 역에 있단다. 부리나케 가본다.
이 곳이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취리히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해서 약간 장식품이나 선물 종류를 많이 팔 줄 알았는데 (팔긴 하는데 스위스 아니랄까봐 가격이...) 대부분은 먹을 것을 팔았다. 나라별로 냉장고 자석을 모으는지라 여기서도 샀는데, 다른 나라 가면 비싸봤자 3유로일 물건이 여기서는 7.9 유로였나... 울며 겨자먹기로 샀다. 외국인에게는 창렬의 나라...
취리히 크리스마켓의 명물인 스왈로브스키 트리. 여기 달려있는 크리스탈은 모두 스왈로브스키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돌아다니고도 시간은 꽤 많이 남아서 남은 스위스 프랑도 처리할 겸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다. 여기는 Babu's bakery. 바부네 빵집이라니 이름이 정감간다.
시간에 맞춰 돌아갔는데 돌아갈 버스가 정해진 시간보다 꽤 늦게 왔고 날씨는 쌀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기 있는 차를 불태워서 난방을 하자 등 많은 얘기를 나눴다. 여기서 뿌뿟 씨 친구들과 합류해서 시간을 보냈는데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친구의 카메라로 셀카를 찍었는데 플래시가 나만 비춰서 매우 독사진스러운 사진이 나왔다.
그렇게 오후 10시 반쯤 취리히를 출발하여, 돌아오는 길에 뿌뿟 씨와 함께 곡성을 다시 보고 (...)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가 도르트문트에 도착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알차게 놀다 온 느낌이다. 물론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이미 너무 버스를 많이 타서... 다음에도 비슷한 투어가 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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